손톱에 달이 뜬다
- 저자
- 한분순 저
- 출판사
- 타임비
- 출판일
- 2013-09-25
- 등록일
- 2015-11-04
- 파일포맷
- EPUB
- 파일크기
- 1MB
- 공급사
- YES24
-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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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 내게 있어 문학은 무엇인가? : 현재진행형 연정戀情
살며시 책갈피에 넣어 둔 연정(戀情), 그런 속내가 문학에게 품고 있는 나의 마음이다. 여리고 수줍은 잎이 오랜 나날을 버티며 오도카니 책갈피를 지키는 것처럼, 문학을 마주하는 나의 마음도 비록 작을는지 몰라도 언제나 흔들림이 없었다. 마치, 이루어진 첫사랑처럼 무구(無垢)한 순정을 닮았다고 할까.
신문사를 퇴직하고 나서 직함을 묻는 사람에게 나는 ？？문인？？ 또는 ？？시인？？이라 말한다. ？？전(前) 신문사 국장？？이라고 지난 이력을 밝힐 수도 있지만, ？？전(前)？？은 어디까지나 과거형 수식어가 아닌가. 내게는 문단을 활기차게 거닐며 현재진행형의 시인으로 살고 있다는 것이 더욱 설레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 사이 문학은 생각 깊은 연인처럼, 상냥한 친구처럼 늘 나의 곁을 지켰다. 197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을 했으니, 문인으로 살아온 것이 올해로 42년째이다. 나른한 하루를 다잡고, 서글픈 하루는 다독이며 묵묵히 동행을 해 주었던 문학. 인간이 자연을 떠나서는 존재하지 못하듯, 나는 이제 문학이라는 세계를 벗어나서는 정착할 곳이 없다. 내가 등단한 1970년대만 해도, 직업란에 문인이라고 적으면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하고는 했다. 관공서나 서류 전형에서 문인도 전문 직업인이냐는 의구심을 보여 씁쓸했다는 문우들의 이야기도 들었다. 요즘도 마찬가지일지 모른다. 그렇다고 해도 나는 직업란에 머뭇거림 없이 또박또박 시인이라고 적어 넣는다. 그것이 내 평생의 본업이기 때문이다.
내가 쓰는 글이 지친 마음을 즐거운 가락으로 풀어 주는 탬버린 같이, 하루를 일깨우는 밀크 커피처럼, 읽는 사람들을 살갑게 감싸 줄 수 있다면, 문학이 나에게 주었던 크나큰 기쁨을 조금이나마 갚는 길일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문학은 내내 품에서 놓지 않을 나의 현재진행형 연정(戀情)이다.
